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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Tigers :)

내리막길 걷는 이종범에게 박수를...

 

 


얼마전 오마이뉴스에 이종범선수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아마 기아팬분들이라면 다들 읽어보셨을듯 한데요.
그 기사를 읽다가 한 구절에서 참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이종범이라는 선수에 대해 '해마다 2할대 언저리를 맴도는 타격과 엉성한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유망주들의 앞길을 막는 선수'라고만 생각하는 어린 팬들을 보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들에게 '그가 한때 3할은 너끈히 쳤던, 그리고 수비범위가 넓고 송구도 좋았던 외야수'였다고 새겨주는 이들을 만나면 더 답답해진다. 그들이 보지 못했던 90년대의 이종범은, 야수로 한정하자면 한국프로야구 사상 가장 완벽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


제가 야구를 처음 접한건 92년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였죠 ㅎㅎ) 시절이였는데요..
그 당시 저희 학교에선 LG트윈스 어린이 회원에 들어서 트윈스가방과 잠바를 입고 다니는게 마치 명품가방을 든것처럼
하나의 자랑거리가 됐던 시절이였습니다. 가끔 삼성이나 OB회원에 든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면서요..
사실 모 그렇다고해서 야구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건 아니였고, 단순히 그 친구들 무리에서 끼고 싶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희 어머니께선 야구어린이회원에 드는건 쓸데없는 일이라면서 가입시켜주지 않으셨죠 .. ㅠㅠ
(그때 가입했으면... 전 LG팬이 되었을까요...? ^^;)

그때 제 짝궁이 제게 그랬습니다. "내가 잠바랑 가방 줄까?" 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주에 가방과 잠바...
그리고 LG선수들의 팬북과 함께 싸인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친구가 아버지가 LG 선수셨더라구요.
그래서 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이런저런 야구용품도 구경하고, 매번 주말마다 아버지한테 부탁해서 싸인도 받아다
가져다주고 했었던게 기억나네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야구를 접하게 되었는데, 왠걸 제 눈에 LG의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눈에 잡히기 시작했지요.. 그게 바로 93년도에 해태에 들어온 이종범 선수였습니다.
한번 출루하면 내야를 휘젓는 그의 플레이가 어린 저에겐 정말 그렇게 멋져보일수가 없었답니다.
야구라곤 룰도 제대로 모르던 어린 제게 말이죠. 그의 그 시절 기록들은 지금봐도 후덜덜하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게 해태에 조금씩 관심이 가게 되고 전 명실상부한 타이거즈팬이 되었죠;;
(그 친구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말입니다... ^^;)
보통 야구를 좋아할땐 자신의 연고지와 가까운 팀을 좋아하게 되는데, 어린 제겐 연고지에 상관없이 그냥 그 선수가
좋았기에 그 팀을 응원하게 됐던거죠. (게다가 그땐 정말 최강이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이종범선수가 일본에 가고 제게 대입시절이 다가오면서 점점 야구랑 멀어졌던것 같아요.
특히 타이거즈가 KIA가 되면서 더더욱.. 멀어졌었지요.. 그런데도 어느순간보니 다시 기아를 응원하고 있는걸 보면
저도 참 어쩔수 없는 호랑이팬인가봅니다 ^^; 주변에서 두산이나 LG 좋아하는게 더 좋지 않겠냐는 권유에도 이렇게
꿋꿋하게 응원하고 있는거보면 말이죠.. 비록 저도 이종범선수도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만 제겐 이종범이라는 선수는
아직도 우상이랍니다. 어릴때 보았던 그 모습을 정말 잊을수가 없어요. 
기아팬들 사이에서도 이종범선수의 은퇴시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팀을 위해서 이종범선수가 지금 은퇴하는게
좋은건지 어떤지, 무식한 저로선 잘 알수 없지만, 오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만 더 욕심내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제 마음으로선 두자리수 우승을 찍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지만.. 지금의 기아로선 자신할수 없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것 같습니다. 단 1년만이라도 조금 더 함께 하고싶네요.
조금만 더 지켜보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나도 큰 욕심일까요...? 아주 조금만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추한 것은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내리막길을 오르막길처럼 달리다 고꾸라지는 아둔함이다. 이종범이 그저 옛날의 영광에 기대어 볼멘 소리나 하고 있다면 은퇴를 권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대주자든 대수비든, 팀의 열번째 우승을 위해 무엇이라도 좀 해보고 싶다고 한다면, 좀 더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좋겠다.
196개의 안타를 치며 .393의 타율로 8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던, 혹은 30홈런-64도루를 기록하며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던 이십대 중반의 이종범이 아름다웠던 것 못지않게 8회 말 대주자로 나와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진흙탕에 몸을 날리며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내는 마흔 무렵의 이종범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