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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Tigers :)

[겨울편지] SK 전병두가 KIA 이대진 선배님께


 TO. 이대진 선배님

 선배님. 안녕하세요. 병두예요.

 선배님도 아시지만, 제가 평소 동기들과 있을 때와는 달리 형들 앞에서는 말을 잘 못하잖아요. 마음 속으로는 얘기하고 싶은데 조심스러워서 잘 나오지가 않아요. 그래서 답답해하는 선배님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편지를 쓸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난번에 석민이가 먼저 썼다고 하는데, 저도 선배님께 쓰려고요.

 사실 올해 SK로 오면서 선배님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친형님처럼 정말 잘 해주셨잖아요.

 분위기가 굉장히 엄했던 해태에서 야구를 하셨지만 어린 투수들이 많아진 지금 또 달라진 분위기에 맞게 저희를 편하게 해주려고 애쓰시잖아요. 최고참이신데도요. 선배님 밑에 조금 더 있었으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쉬웠습니다.

 저 트레이드된 다음날 전화를 주셨죠. “SK 형들에게 얘기 잘 해놨으니 잘 해줄 거다. 다른 팀 됐지만 야구장에서 자주 만나면 되니까 적응 잘 하라”고요. 갑자기 팀을 옮기게 돼 아쉽고 당황스러웠는데 선배님 말씀 듣고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기운도 났고요. 그래서 지금 SK에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성격이 활발해졌다는 말도 많이 듣고요.

 그런데 영어 공부는 못 하고 있습니다. 어깨 다쳐서 재활할 때 선배님이 그러셨죠. “너무 야구 생각만 하지 말고 편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고요. “야구 때문에 힘들 때 눈을 돌릴 수 있는 다른 일도 좀 찾아보라”고 하셔서 영어를 배웠잖아요. 영어도 일어도 잘 하는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겠다고 한 거였는데…. 그래서 매일 저녁 저에게 영어를 가르쳐주셨죠. 매일 숙제도 내주시고요. 열심히 했었는데, 2군 가면서 선배님과 함께 할 수 없게 돼 혼자 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매일 인터넷 강의도 듣고 공부하시는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선배님, 저는 선배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너무 좋으시고, 아는 것도 많으시고, 그런데도 항상 자신을 낮추시잖아요.

 저는 5월에 처음으로 재활을 했어요. 3개월뿐이었는데도 힘들었거든요. 그때도 생각했습니다. 선배님은 몇 년 동안 재활을 견뎌내셨다는 것을요. 저만할 때부터 워낙 야구를 잘 하셔서 다르지만 그래도 선배님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등판할 때마다 항상 전화주시잖아요. 내년에는 야구 잘 할게요. 선배님과 항상 웃으며 얘기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배님,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FROM. 후배 전병두 올림
출처/ 스포츠칸 원문보기




아아... 눈물없이는 되새김질 할수 없는 그 이름 병두.. ㅠㅠ
석민이에 이어서 병두도 이대진선수에게 편지를 썼군요. 그러고보면 이대진선수가 참 후배들한테 잘하는가보네요 ^^
병두 트레이드 소식 들었을때 정말 어안이 벙벙하고... 거짓말이겠지 했었는데...
어느새 SK 전병두가 익숙해져가고 있군요...
왜 하필, SK냐고.. 많이 생각도 했었는데, 그래도 그쪽가서 잘 적응하고 있는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병두가 잘했음 좋겠는데... 막상 잘하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속상할것 같아요 ^^;;

그나저나, 병두가 편지를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는건 왜일까요 ㅎㅎ